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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마운틴

2006/03/15

화면빨.

사람들이 화면빨을 극찬했다.
영화가 재미없건 말건, 동성애가 불편하건 말건, 화면만 예쁘면 본전치기.
멋있기만 하면 장땡이라고 생각하고 보러 갔다.

게다가 전세계가 극찬을 했다잖아. 공개된 스틸컷들도 아름다웠기 때문에 믿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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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여 이게??

어쩌면 단성사 탓일 수도 있다. 스크린이 좁은 것일까. 화면은 시선을 압도하지 못하고 계속 답답하다.
풍경이 좋긴 한 데, 밋밋하고 절제된 영상은 시종일관 그 미덕을 살려내질 못한다.

전세계의 극찬이 쏟아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임권택은 그냥 찍어도 대충은 이쁘자나.

동성애 코드

솔직히 거북하다. 그리고 우리 정서에서는 진중한 장면에서 웃음이 터진다.
웃기다. 웃겨. 웃어서 교양 없나? 극장에서 나만 웃는 게 아닌 걸 보니 보편적인 정서에서 저 씬은 분명 우리 정서에서는 웃긴 씬이다.
그래도 왕의 남자처럼 미묘한 코드가 아닌 대놓고 드러낸 코드라 오히려 집중하기 쉬었다.
불편할지언정 어려운 해석의 숙제는 없다는 것.

그리고.
동성애 코드를 넘어서서. 이게 도대체 왜 위대하고 숭고한 사랑인지는 모르겠다. 불륜이잖아. 세상의 상식을 넘어서는 금지된 사랑을 20년간이나 지켜낸 그 사랑의 깊이에?

글쎄다. 비장미도 숭고미도 별로 없고. 그냥 그렇던데.

결정적으로 영화 중반에 쇼킹한 돌발로부터 관객들을 강제로 수긍하게 만든 이후 부터는.
그냥저냥 이해될 만 하기 때문에. 동성애에 대해서는 별로 코멘트 할 것도 없다.
대수롭지 않다고 해야 되나..

남녀간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 일어나는 가운데, 걍 웃기기도 하고. 끄덕여지기도 하고.

음악.

듣기로 음악 부분도 노미네이트 된 것 같던데.. 동의 할 수 없음. 개별 곡으로 몇 곡이 좋게 들리긴 했다.
개별 테마곡들의 가치야 취향의 문제라곤 쳐도.
음악의 사용은 동어 반복에다가. 그 동어 반복의 의미를 찾기도 어렵고.
그냥 지루했을 뿐. 나중엔 짜증도 좀.

연기

기본기 충실.
오히려 엉뚱한 배우한테서 연기력을 느낌.
프린세스 다이어리에서 봤던 그 여자가 잭의 부인으로 나오는데,
전화통 붙들고 살짝 눈물흘리는 신이 가장 호소력 있었다.

아. 그리고 인물들과 소품, 정경이 어릴적에 보던 책들에 들어있는 서양 일러스트의 느낌이라 좋았다.

총괄

서양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정적인 구성의 영화다.
감독은 덤덤하게, 오버하지 않는 시선으로 조용히 시간을 관찰한다.

짧은 시간과 시간의 단편들을 모아서 전체의 맥락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호소는 모호하기 짝이 없어서 조금은 지루하지만 어쩌면 소설가들의 문체처럼 읽힌다.
기승전결과 플롯이 뚜렷한 서양소설과는 달리 일본이나 한국의 중단편 소설에서 자주 보는 미덕이다.

그렇다면, 관객은 소설이나 미술품 측면에서 작가의 코드를 읽어내야 하는데,
내 얕은 심미안으로는 이 영화로부터 미적 즐길거리를 별로 찾아내지를 못했다.

전 세계의 호평에 대해서 반감이 생기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서양인의 감성에 대해.

자꾸 반복되는 서양인들의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감성은 이제 못 참아주겠다.
이안 감독은 어쩌면 희생양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든다.

서양인들이 보는 동양문화에 대한 환상, 피상적 이해로 부터 극찬이 나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적인 연결이며 절제력 있는 시간의 구성은 플롯의 파워와 캐릭터의 깊이로 승부를 보는 서양 작품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많다.
그런 서양애들이 이런 영화를 보면 뭔가 동양적인 거시기가 있어 보이는 영화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패러디나 오마쥬라는 미명아래, 서양인의 동양에 대한 피상적 이해를 오바삘로 떡쳐서 담아낸 작품은 드문드문 있다. 예컨데 킬빌.

서양인의 시선에서 이안감독은 분명 신기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감독이 분명하다.
그런데 평범한 동양인인 나에게는 동양인 감독만이 창조할 수 있는 감동을 못 담은 듯 하다. 게다가 서양인의해 전 세계인의 극찬으로 선전하니,
그 전 세계인에, 나 같은 보통의 아시아인이 포함되지 않는 것 같아 살짝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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