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겨울인가에.
기숙사 아지트에 모인 우리들은 밤 열 시부터 새벽 여섯시까지
"기동전함 나데시코"를 시청했다.
원래 일본만화에 나오는 병신같은 남자들은.
그런 병신스런 순수함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많은 여인들이 있고
우리 같은 동류 병신남들한테 모종의 한 줄기 위로와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대개는,
위로의 이벤트가 겨우 오타쿠적인 편집증으로 전락하는 편에 가깝다.
어이없는 개그 SF 쯤 될테지만.
가끔씩 주옥같은 애드립도 등장한다.
"너. 연애에 서툰것을 플라토닉 러브 쯤으로 속이고 있는 것 아니야?"
아 그 녀석. 아키토는. 지구를 구하는 비장의 기술이라도 있건만.
내 비장의 기술은
뭐 겨우 이 놈 저 놈 다 하는 수준의 프로그래밍 기술 정도일까.
지구를 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