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블로그가 블로그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행의 첨단에 한 발짝 뒤쳐지는 [t:/]의 이념상. 블로그라 칭하기로 한다.
아마 병특 끝났즈음(2002년)에 만든 것 같다. 그때 출판사 허드렛일 알바를 하다가 어줍잖은 툴 사용법만 가지고 충무로에 들락거리면서 내 홈피 명함도 만들었다. 한 두장 밖에 안 써서 거의 그대로 남아 있음. ㅋㅋㅋ. 당시에는 흔치 않은 와이드 간지를 장착했다.
디벨로퍼 그룹이라고 써 있는데 그냥 뻥이다. 시스템소프트웨어엔지니어라고 써있는데 쥐뿌리.. 노가다래머 1급 되겠다.
빈궁한 생활이 더 들통나기전에 각설하고, 요즘은 블로거들끼리 오프라인 교류도 활발한 지 블로거 명함도 파는 모양이다. 역시 유행에 한 발짝 뒤쳐지는 [t:/]의 모토와도 일치하며 오프라인 모임이라고는 대학시절에 여자 꼬시려고 나갔다가 실패만 100번한 이후로 온라인 인맥의 오프라인 모임에는 부끄러워 일절 참석하지 않기 때문에, 요 명함이 블로거 명함으로 사용되지는 않을 것 같다.
[t:/]의 이념상 온갖 잡문의 향연으로서 인터넷 문화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못 되는 바, 블로그의 대표성이 없어서 명함의 가치도 별로 없는 편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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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칩 벤더들 만나거나 각종 모임 들락거리고 받은 명함을 줄세워 놓으면 대운하를 종단할 정도로 많았다. 세월 지나보니 명함 교환은 사실 비지니스 컨택의 의미, 혹은 사회적 포지션의 과시의 용도로 한정되는 느낌이라 명함첩을 커다란 인맥의 보고인양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특히 사회초년병들은 명함 하나 받으면 인맥의 시냅스가 상당히 두터워진 걸로 착각, 봉이라도 하나 잡은 줄 아는 경향이 있는데 안타까운 한 편, 네트워킹에 약한 내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한 때는 명함을, 받을 때는 예의 있게 받지만 들어와서 그날의 회의록이 적힌 다이어리 쪽에 홋치키스스테플러로 박은 적도 있다. (다음 회의때 상대방에게 들키면 큰 실례가 됨 -_-;;;; 이 놈 시키가 내 이름을;;)
이런 습관은 나처럼 최소한의 절제적, 계획적 행동양식조차 없는 인간들에게는 가장 효율적인 관리가 된다. 비지니스 파트너의 연락처를 찾을 때는 안건 먼저 떠올려야 되기 마련이고 안건을 찾을려면 대충 기억나는 시간의 회의록을 디비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