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쳐기업의 성장주기곡선이 나오는 여러 강연에서 이미 본 적이 있다. 그 때는 캐즘이라는 단어를 몰랐다. 그래프는 소비자의 신기술 수용모델 그래프와도 오버랩된다. 보통 얼리아답터가 맨 앞에 나오는 그 그래프이다.
우상향의 곡선이 어느 순간 불연속 지점을 만나고 그 갭을 바로 캐즘이라고 한다. 신기술은 초기에 알려지지도 않고 맥을 못 추다가 얼리아답터 얼리오덕터 얼리빠덕터로부터 시작, 점진적으로 성장하여 고점으로 순항을 하는가 싶다가는 특정 갭을 만난다.
기술로 시작한 회사가 새로운 VC를 구했는데 돈을 어디에 써야 될지 모를 때, 사람도 조직도 커지기 시작했는데 HR 컨트롤을 못해서 우왕좌왕할 때, 신기술 신제품이 파급력만큼의 C/S 대응을 못할 때, 그 체급에 맞는 마케팅을 못할때,
마이너-스페셜-유니크-하이테크에서 매스-제네럴-트렌디-당연테크로 넘어가는 시기에 걸맞는 사업운영을 못하면, 캐즘을 극복하지 못하고 회사가 산으로 골짜기로 간다는 이야기는 뉴스에서 웹써핑에서 몸으로 체득한 적이 있다.
만화보고 술먹느라 제프리무어 책을 안 읽어서 그만 써야지.
여튼 시중의 컬럼들을 보면 신기술 성공의 키는 기술 이후 마케팅과 조직관리에 포인트가 있다고 한다. 기술은 엔지니어가 창조하지만 운전하는 것은 마케팅의 임무라는 이야기.
그러고보니 주워들은 썰들로 캐즘의 발생, 캐즘 극복의 실패 징후를 나열해보면 이렇다.
캐즘의 최초 징후는 신기술이 얼리오덕터 중심으로 인정받은 이후 승승장구 혹은 기고만장의 분위기가 흐를 때다.
VC, 창투의 전문가들이 똘똘하므로 코스닥 거품 시절 느낌은 아닐 것 같다. 출세 해 본 적이 없는 내가 배아파질투로 볼 때 그렇다는 뜻.
쓰고 보니 야메스러워서 덜 야메로 써보면,
백만년전에는 소니가 그러했지만 요즘은 구글과 더불어 애플처럼 빠심충만한 기업도 없는 듯하다. 비아냥은 아니다. 사용자->애용자->전문가->매니아->팬->빠돌이로 이르는 관계형성을 이끌어낸 저력이라고 본다.
아주 오래전에 빠심충만한 익명에게 욕을 얻었다. 내용은 이러함.
"사실 애플은 기술보다는 디자인, 디자인(UX포함) 보다는 마케팅, 마케팅 보다는 SCM의 기업이 아닌가요."
...라고 썼더니...
"뭐? 임마? 애플이 마케팅의 기업이라고? 애플의 유니크한 기술들은...XXXXX..."
마케팅 = 광고 = 세일즈로 여겨서 생긴 소통 오류. 어디서 사농공상을 사농상공으로 매도치냐하는 억울함도 살짝 느꼈다. 뒤돌아보니 마케팅을 세일즈나 프로모션같은 협의의 활동으로 여기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상하진 않다. 나도 마케팅 전공자가 아니고.
...
아이폰에 탑재된 기술은 많이들 알 듯이 최초가 아니다. 가로세로 돌리는데로 돌아가는 UI는 나의 단종된 미놀타 카메라에도 들어 있었다. 낡은 미놀타D5D는 세로로 찍은 사진을 포토샵에서 자동으로 세로로 불러들였고 눈을 대면 UI가 알아서 꺼졌다. 그보다 오래된 알파7 필카는 눈만 대면 촛점을 잡았다.
멀티터치는 미디어랩이나 소니 연구소의 어쩌구저쩌구 미래의 인텔리전트 데스크탑에서 여러 번 등장했고, 전면터치는 프라다폰이 선출시였으며, 아이콘의 종횡배치는 삼성의 어쩌구 폰에도 삽입된 적 있다. 따지자면 위젯, 아이콘류의 GUI는 죄다 제록스 연구소 작품이다.
그러하면 왜 아이폰의 신기술 아닌 신기술이 신기술인가. 뭔가가 캐즘을 넘어 떼돈을 벌어들이는 경지로 드라이빙 하기 때문이다. 그 뭔가를 어떤 사람은 리더십이라고 하고 마케팅이라고 하는 것 같다. 물론 SCM에 자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즉, 마케팅이란 제품을 기획하고 신기술을 채택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든지, 소비자를 가르쳐서 이것이 니들의 니즈라고 계몽을 하는 일련의 광범위한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폰의 모든 기술을 보유한 가상의 경쟁사가 있다고 치자.
어떤 가상의 디자인팀과 협의 중이다.
어떤 가상의 기획팀이다.
어떤 가상의 SCM팀이다.
모두 전문가들이지만 벽이 보인다. 벽을 넘는 운전을 누가 할 수 있나? 나는 마케터들이라고 본다. 마케팅이 운전을 하고 신기술을 인큐베이팅하고, 과감하게 채택하고, 규모의 경제를 만든다.
각각의 요소 기술, 생산 기술, SCM, 디자인, 사용자 경험을 엮고 다듬어 고품질을 달성하는 것은 그 다음의 숙원이다. 현 시점에서는 애플만이 가능한 듯 하다.
닥치고 책이나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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