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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m으로 쓰는 블로그

2016/11/11

요즘은 vim으로 ssh 접속해서 블로그를 쓴다. 10년 넘는 기간동안 여러 차례 블로그를 이사하고 툴을 바꾸고 마이그레이션을 하고, 자동화 스크립트를 짜기도 하고, 손으로 옮기며 수많은 글을 버리고, 버렸다가는 후회하곤 했다.

요즘은 github에 지킬 같은 것이 유행인데, 유행이 아니라 이것이 정답이거니 싶다. 마크다운으로 글을 쓰고, 스태틱으로 퍼블리시한다. 지금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도 그냥 마크다운 덩어리다. 마크다운 파일을 php를 이용해 간단히 html 렌더링을 하는 수준이다. 앞으로 필요한 것이라면 이중화를 위해 github에 보관처리 정도나 할까 싶다. 블로그라면 응당 있어야 할 통계, 댓글 등도 그냥 포기했다. 사실 포기한 것은 아니고 구글 어낼리틱스에 붙여는 놨는데 유입이 없으니 볼 일이 없다. 댓글 시스템도 디자인을 해치는데 유입이 없으니 곧 뗄지 모르겠다. 넘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글은 페이스북에 링크를 달면 그만이다.

아참. 나는 vim을 잘쓰는 사람이 아니다. 단적으로 커서이동을 방향키로 한다. 터미널이 안 맞아서 방향키가 먹지 않으면 곤란해 하는 수준의 사람이다. vim을 10년 넘게 써왔지만 이렇다. 한 때는 cscope와 ctag을 시작으로 별별 플러그인과 커스터마이징을 한 적도 있긴 있었다. 지금은 그냥 순정 시스템이다. ctag보다 grep을 쓰고, grep으로 인해 몸으로 익히는 것을 좋아한다. 예컨데 커널 잡을 안 한지도 2년쯤 됐지만 지금도 디렉토리 구조를 그냥 소뇌로만 돌아다닐 수 있다. 그냥 몸에 새긴 것이다. 아마도 자바를 주력으로 개발한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뭐 자바라고 이런 생활 패턴을 못할 것은 아니지만서도, 상속과 다형성 때문에 비슷한 것이 grep 검색에서 너무 많이나오고, 결정적으로 디렉토리 뎁쓰가 너무 깊다.

아.. 이런 기술 생활 이야기를 쓰려고 시작한 것이 아닌데..

여튼, 내가 vim 도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vim으로 글 쓰기는 생각보다 편하다. 웹에디터로 쓰는 것 보다 더 안락하다. 마크다운이라는 미니멀리즘 마크업의 힘인 것 같다. 글쓰기 외에 다른 일에 신경 쓸 일이 없다.

주니어(?) 시절에는 아마도 geeky함을 표현하기 좋은 이런저런 생활 행태들을 장착하는데 골똘할 때도 있었다. vim이나 emacs도 그 중 하나인데, 나에게 있어서 블로그 글 쓰기를 vim으로 하는 일은 geeky한 애티튜드를 표현하는 방법이 아니다. 그저 편한 것이다. 심플한 것이 좋다. 나는 vim이 어렵지만 글쓰는데는 문제가 없고, 이 에디터는 심플하기 때문에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거대한 스타디움이나 복잡한 미로에 빠져있는 듯한 느낌도 없다. 역시 심플한 쪽으로 취향이 기운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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