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PC통신 천리안에는 "나도 한마디"라는 자유 발언 게시판이 있었고, 여기서 일정 조회수 이상이 되면 "왕입담"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었따. 김어준(형님)이 바로 왕입담 출신인데 몇 번 수늬꿘에 오르내린 후 고백하기를 이 쥐콩만한 권력과 유명세라도 얻고나면, 평판이나 주목도나 공명심에 연연하여 평정심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후 김어준은 공명심과 평정심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꽤나 애쓴 것 같다. (딴지 초기 문화사업(?) 진출기 제외 ㅎㅎㅎ)
세기말 즈음의 현상이다. 대중가수들이 빅힛트곡을 하나 찍어내면 다음 앨범에는 좀 더 범인류애적인 목소리를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힌 것 같다. 히피 시절의 반전반핵!과 같은 느낌인데 우리의 세기말에는 반전, 통일, 환경, 인권, 자유, 산업화, 사이버펑크, 탈개인화, 포스트모더니즘, 경제위기 등 떡밥이 풍부했다. 물론 반전반핵 이후 다시 러브앤피스가 찾아왔듯이. 중략.
인터넷의 이런저런 타임라인에서 쥐콩만한 유명세나 큰 돈을 벌어다주는 네임드의 지위를 획득한 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어떤 태세 전환이 있다. 바로 지성인으로서의 공평주의다. 이 공평주의라는 것이 쉽게 가능한 것이 아닐진데 깜냥의 공평주의를 추구하다보면 소위 말하는 기계적 중립이나 양비론이 나오고 증세가 심해지면 쿨병 말기로 이어지거나, 엘리트 주의로 흐르기도 한다. 혹은 시대의 관조에 머무르는 사람도 있고 현상 비판을 위한 고찰이 끗. 좋은 글을 읽은 것 같은데 결론은 어쩌라고? 식이라던가.
공명심이 이렇게 무섭다. 공명심의 폐해를 꼬꼬마때 깨우쳐버려 이제는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은 오피니언 리더들을 가끔 발견하면 슬며시 미소가 나온다.
피해자와 가해자, 가진자와 못가진자, 배운자와 못배운자가 있다. 공평한 판단이라는 것은 미터법으로 측정하여 완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지속적인 정치적 센스의 일종이다. 이런 놈이 있으면 저런 놈도 있다. 공명심에 연연하면 불공평을 공평하다며 오만가지 지성적 고찰을 가져다 붙이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사실은 반지성이다.
우리 보테저널에서는 한결같이 추구해 온 이념이 있습니다. 없는놈, 못생긴놈, 아무대놈, 상고놈 가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