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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와 보수화

2018/12/24

자수성가한 사람이 진보에서 보수화 되는 과정은 꽤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척박한 환경을 겪어봤으니 진보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일단 성공한 다음에는 비록 눈꼽만큼 올라섰다해도 그 경제적 계급에 대해 유지비를 값싸게 가고 싶어지는 법이다. 지속가능한 계급. 안정계와 폐쇄계를 바란다. 내가 얼마나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걸 꽁으로 먹는 놈들이 있따고? 지금까지 노력해서 올라온 것만해도 피곤한데, 아차하면 끌어내려진다고?

본디 자수성가에는 개인의 노력과 타고난 역량과 동기부여를 이끌어낸 척박한 환경이 모두 기여를 했을 것이나, 사실 복잡한 변수의 복합 작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운"이라는 결정적 팩터가 있다. 결과적으로 자수성가한 사람은 자신의 연대기를 노오력이나 재능으로 포장하려 든다. 이것은 운과는 무관한 나만의 투쟁기이다. 노오력으로 포장하기 위해서는 척박한 환경을 제공한 부모 형제 등을 욕보이는 짓도 괜찮다. 이제 안정계와 폐쇄계를 바라는 이 사람은 세상은 페어하므로 노오력과 타고난 재능으로 계급간 이동이 가능한 것이 시스템이라고 믿기 시작한다. 줄세우기로 이뤄진 대부분의 시스템은 공평하다. 그렇게 믿고 그는 보수가 된다. 저 사람이 보수가 됐다고? 하는데 다 스토리가 있다. 자수성가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개 명석한 두뇌와 높은 이성의 보유자라고 할만하나, 약간의 자극만으로도 그의 명석한 사고판단과 무관하게 보수로 형변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는 그 약간의 자극의 예시로 이런 것들을 든다. "미국 경험을 하면서 선진 미국에 대한 충격을 받고 그 이후의 생긴 숭미주의", 부동산, 교육문제, 전쟁에 대한 공포, 무임승차자의 사회적 비용에 대한 공포, 얕보이면 끝장이라는 물질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콤보를 맞은 미분화된 서열제에 대한 공포, 남북 평화 무드에 따른 사회 혼란과 그에 따른 불확실한 계급 유지비에 대한 공포, 엘리트 주의의 당위성...

뭐 그렇다. 아님 말고.

2018/12/28 내용 추가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353910175396227&id=100023317422222

참고해 볼만한 글이다. 이 분 페이스북을 가끔 본다. 나의 평소 생각과는 대척점에 있긴 한데,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 논리를 알고 싶어서 가끔 읽는다.

앞에서 내가 떠들었던 내용과는 별개로, 진보의 얼빠짐에 기가차서 노선을 갈아탄 분들도 존재한다. 내가 아는 진보들 중에도 여럿 있었다.

목사 아들 돼지 김용민의 피씨 통신 시절을 아는 사람은 알겄지만 이 분은 보수에서 진보로 갈아탄 분이다. 보수의 얼빠짐에 기가차서 노선을 갈아탄 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대가 흐르고 나이를 먹고 노선을 갈아탄 이유도 어쩌면 흐릿해질 수도 있는데, 이미 너무 많은 타임라인이 공유됐다. 수정하기 어렵다. 노선을 갈아탄 이유가 점점 더 또렷해진다. 공리가 무너지면 공리 위에 세운 수많은 논리가 같이 무너진다. 불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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