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철산동 블루스_

5월

2014/07/07

꽃분홍 철쭉도 다 시들고 오월의 초록이 순결을 잃을 무렵 여자는 화요일 마다 핑크색 운동복 차림으로 맥주병이며 생수병을 들고 나왔다 기타를 메고 지나가다 저도 모르게 아! 핑크! 외마디 외친 것을 여자가 들었던 것 같다 여자는 찡그린 듯 웃었다 들었으면 어쩌지 이상한 놈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몇 걸음 사이 연습실이 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그동안 존재조차 몰랐던 입주자 게시판이 눈에 띄였다 재활용 쓰레기는 반드시 지정일에 버려주십시오 보보스 오피스텔은 매주 화요일입니다 보보스는 니미 어디가 보보스 하는데 아! 핑크 여자가 현관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여자의 뺨에 손등에 단발머리에 오후의 역광이 날아와 여우비가 개이는 듯 부서졌다 눈이라도 마주칠까 두려워 담배를 찾는 시늉을 했다 담배 마저 떨어졌네 돤씨 이 개새끼는 꼭 담배를 얻어피고 지랄이야 에라 모르겠다 기타를 추켜메고 현관에 쪽문이 있는 편의점으로 몸을 피했다 씨즌 두 갑 주세요 하는데 어느새 여자도 곁에서 저도 씨즌 주세요 한다 이 건물에 사시나봐요 저도 여기 살아요 밴드하세요 아 아니요 밴드는 뭐 그냥 할 일이 없어서요 아뿔싸 겨우 한다는 말이 할 일이 없어서요라니 병신 병신 병신 하고 거스름돈을 받는데 가만 생각하니 저는 안정적인 대기업 다녀요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덜 병신스럽게 느껴졌다 이상한 안도와 함께 자신감이 생겼다 오늘은 연주빨이 서려나 언제 놀러오세요 연주는 잘 못하지만 했다 네에 여자가 웃었다 근데 아저씨 이건 핑크라기보다 애기 돼지 색깔 같지 않나요 하며 여자는 엘리베이터로 폴짝폴짝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여자의 샴푸향이 남은 로비를 지나 무던한 척 계단을 향했다 습한 냄새가 훅 하고 올라온다 문곁에는 지난밤 지지난밤 지지지난밤 지지지지지지지난밤에 먹었던 맥주병과 소주병이 굴러다녔다 그렇다 오늘은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 눈부시게 맑고 화창한 화요일 오후 꽃다운 오월.

곡, 연주 bruno, 노래 andy, 글 dawnsea

https://soundcloud.com/brunoyoo/f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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