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g O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90년대 배트맨 애니메이션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
결코 어린이 방송시간대에 할 작품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나던 배트맨 애니메이션은 그 우울하고 상징적이며 카툰적인 느낌을 잘 표현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애들 만화 시간대에 한다는 것이 좀 거시기 했는데 챙겨볼 시간대가 맞지 않아도 생각날 때 마다 챙겨 봤던 기억이 난다.
빅 오는 일본 만화지만 미국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 등장인물도 그렇고, 타이틀, 폰트웍, 재즈음악, 캐릭터, 컬러...
기존 일본 만화와는 결이 다르고 유치한 배경과 로봇에 뻔한 설정이지만, 곰곰히 보면 음악이나 시나리오나 작화, 캐릭터등등.. 모두가 매우 훌륭하다.
로봇들은 얼핏 치토스같은 과자를 사먹으면 들어있는 30초만에 조립할 수 있을 것 같은 형상이다. 그러나 에반게리온류이니 뭐니 하는 로봇 보다도 "거대함"과 "강한 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절대적인 포쓰. 에스카플로네에서 보았던 그 웅장한 운동감. 여기에 관현악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겹치니 귓가에서 팀파니를 때려박는 느낌이다.
주제곡은 재즈라서 또한 금상첨화.
신기한 점은 미국식 애니다 못해 심지어는 가끔씩 등장하는 일본인들이 1. 떼로, 2. 뻐드렁니에, 3. 기업꾼에, 4. 돈밝히는.. 등의 우리가 풍자적으로 바라보는 일본인의 속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일본만화 맞습니다. 맞고요.
내용은? 내용은?
매트릭스와도 비슷한 설정이나 개인적으로 매트릭스는 어설픈 모자이크에 팬들이 살을 붙였다고 보는 바, 그와 비교하기는 좀 그렇고.
빅 오는?
세기말 무비의 똑같은 함성들. 즉, "와따시와 다래?", "Who am I" 를 비롯한 쒯스런 멘트를 엔딩무렵에 한 바탕 날려주며 산화해가는 우리의 주인공들을 닮았다.
감독과 작가들이 일판만 벌려놓고 수습은 안 되고 철학적인 깊은 메세지를 화두처럼 틱 던져버리고 숨어버리는 스타일?
...라고 폄훼할 수도 있으나 이 시리즈에 꼭맞게 적용할 수있는 법칙은 아닌 것 같다. 두리뭉실 찍혀나오던 세기말 정서의 묻지마 엔딩류와는 분명 거리가 있다.
본 시리즈가 역할극, 싸이코 드라마, 뭐 결국 그런 것이었다는 암시와 함께, 더 심연의 깊은 나락으로 고민을 던지고 있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ㅠ.ㅠ 엉엉 ㅡ.ㅡ;
메가데우스. 패러다임 시티. 네고시에이터, 도미너스, 메모리...
대략.. 매력 백만광년치의 애니메이션.
더. 빅. 오.
쑈 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