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나름 매니악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모양이다. 영화 "GO"의 원작을 썼으며 재일교포이고 "나오키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문체와 소재가 무거운 한국 문학에 비해서 전개가 스피디하고 대화가 생생하다. 영화의 한 장면을 초고속 카메라의 슬로우 모션으로 보는 듯 한 묘사가 좋다.
정적인 시공간에 동적 표현을 세련되게 담아냈다. 만화로 비교하자면 우라사와 나오키의 21세기 소년이나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베가본드의 어떤 명장면 같은 부분들이 있다.
사람들이 더 좀비스에 대한 언급들을 하는데 전작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영화 "GO" 뿐이라 잘 모르겠다.
일단.
GO처럼 주요 등장인물은 작가의 이력과 마찬가지로 다국적 혼혈아지만 GO와는 달리 주인공은 일본인이다. GO에서는 혼혈아 설정이 등장인물들의 주요 갈등을 형성하는대 반해 SPEED에서는 한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펼쳐진다.
이를테면 GO에서 재일교포 주인공은 조총련계의 가부장적인 아버지한테 맞고 자랐고, 모종의 보헤미안적인 자유분방함과 우울함을 지녔다. SPEED의 주인공들은 한없이 밝은 캐릭터다.
주요 인물들의 가족과 친구들은 밝고 행복한 중산층의 느낌이고 주인공들을 거침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대해준다.
SPEED는 바로 여기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GO는 보헤미안 정서를 통해 자유분방함과 미묘한 우울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면 SPEED는 보헤미안 정서에서 자유분방함만을 취하고 있다.
평범한 심지어 요조숙녀에 가까운 소녀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소녀는 어떤 해프닝과 음모에 휘말리다가 우연히 재일교포를 비롯 3국 혼혈인 인물까지 섞인 "자유분방 그 자체"의 패거리들과 친구가 된다. 이런저런 일 끝에 소녀와 패거리는 그 음모를 밝혀내고 악당들을 통쾌하게 소탕한다. ㅎㅎ
이 해결해내는 과정이 엄청 스피디하고 통쾌하고 한편으로 부러운 양상으로 전개되는데 ,그것은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을 결코 넘으려고 하지 않았던 학창시절에 대한 일말의 후회와 오버랩 되기 때문이리라.
무단 결석하고 탐정놀이를 해서 사회 정의를 구현! 그런 모험 따위를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게다가 나는 이제 아저씨. 상사의 눈치를 보고 어디서 누구한테 싫은 소리도 잘 못하고 40대 이후에 뭘 하고 살아야 할까를 걱정하는 배나온 소심남.
그 아저씨가 1인칭 여고생의 귀엽고 발랄한 청춘의 시선을 쫓아간다는 것.
아! 나도 그들처럼 달릴 수 있다면!
소녀의 시선은 한 편으로, 부패한 대학문화와 제도권의 속물근성을 꾸짖기도 한다.
보헤미안이 파헤지는 제도권의 문제점은 컴플렉스로 보일 수도 있고, 상큼발랄한 소설에서 뚱딴지 같은 연설이 왜 나오냐는 느낌도 있지만 작가가 하고 싶은 말 한 것도 사실이고 그렇다고 어색하거나 의미없는 것도 아니었다. 진정한 자유를 통해 할 말 한 느낌.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