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마션이라는 SF소설을 읽었다. 이 매력적인 소설은 블로그로 시작하여 책으로 나온 뒤 영화화 됐다. 얼마전 본 시리즈를 새로 제작한다는 멧데이먼 감독이 주연으로 나왔던 그 영화 말이다. 어릴 적 나에게 화성이라는 꿈을 준 그 소설이 대힛트를 기록한 이후 20여년이 흘렀다. 그리고 지금 나는 화성에 있다.
최초의 화성 유인 탐사는 3년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탐사선 이름은 바이킹이었는데 지난 날의 성과를 기린 것이었다. 바이킹 최초의 탐사는 그저 화성을 스핀 바이로 선회하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L이 설계한 계획은 최소한의 자본으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화성의 위성이 되는 계획은 애초에 배재되었다. 그리고 바이킹을 발사하기도 전에 내가 타고 온 "보이저 마스"는 이미 개발이 마무리 되고 있었다. L의 소문난 추진력 덕택에 모든 미션은 병행 추진되었고, 속도는 놀라웠다. 그는 계속해서 어디선가 돈을 들고왔고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다. 가끔은 돈키호테가 아니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그의 다른 사업들은 여전히 성공적이었으므로 나의 탐험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은 가족외에는 별로 없었다.
L의 계열사들이 연쇄 부도를 맞고, 상당부분의 분식회계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나는 지구의 인터넷에 뉴스가 뒤덮인 후 15분이 지나서야 알았다. 잘 팔리고 있다던 그의 이런저런 끝내주는 제품들의 품질 사고들이 계속해서 보도되곤 했지만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L이 곤경에 처했다는 뉴스들은 신속히 정리됐고, 나는 30킬로 밖의 제3기지에서 로봇들이 짓고 있는 화성 탈출 로켓의 완성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방금 아침 정기 통신에서 화성 탈출 로켓의 설계 상당부분이 아직 미완성임을 알았다. 물자를 보내기로 예정된 지구 궤도상 가속 스테이션이 비어있댄다. 보낼 물자의 발사조차 못했다고. 이 미친..
나는 편도 여행이 될 수 있음에 싸인을 하고 떠나왔다. 유언장도 작성하고 집을 나섰다. 어차피 모든 것은 내 탓이다. 각오를 하고 온 것이다. 제길.
나는 마션의 멧데이먼처럼 식물학자이며 세계 각국에서 엄선된 923가지의 연구미션을 들고 왔다. 애초에 탐사대는 3명으로 꾸려졌으나, 탈출 로켓을 최소한의 설비로 구축하기 위해 지표면엔 1명만 내려오게 되어있었다. 우리 모두는 누구라도 지표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았지만 제비뽑기는 내 차지였다. 그리고 과학임무는 신속히 나의 전공을 중심으로 재정비됐다. 뭐, 어차피 나는 물리학 학위와 생물학 학위도 갖고 있었지만.
지구놈들이 아직도 싸우고 있다는 뉴스를 받았다. 나의 구출에 대한 뉴스가 여전히 인터넷을 뒤엎고 있긴 하지만 채권단간의 소송과, 나의 조국 미국의 대선과, 대선에 나온 미친 공화당 후보 한 놈이 내 생사를 그저 오락거리로 만들고 있었다. 그래 나 하나 구하는 돈 보다는 거지꼴이 된 백인 빈민층을 구하는 게 낫겠지. "그냥 죽도록 내버려둡시다" 라는 발언을 오피셜하게 못할 뿐이었다. 인터넷 댓글에서는 나는 이미 산송장이었다. 그만해 이 미친놈들아.
다음 이 시간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