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어제의 밈은 뒷북이 되며 오늘의 이슈를 다 알기가 어렵다. 아니 모르면 어떤가. 다 몰라도 월급은 받을 수 있고 커뮤 화제 다 알고 인싸 되고 싶은 마음이야 인지상정이지만 아싸만 면하면 사회생활은 가능하다.
서브컬쳐를 파는 것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할 수 있고 각박한 세상 속에서 나만의 우주를 창조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빠르고 거대한 세상 뭐 하나 캐치하기도 바쁜데 서브컬처 이것저것 들쑤시고 다니자니 시간이 없고 체력이 빨린다.
넷플릭스를 틀어도 다 본거라 볼 것이 없다. 아니 사실 본 건 없고 뭔지만 안다. 어쨌든 벌써 체력과 시간을 그만큼 소진했다. 유투브는 광대하다. 포기했다.
우리는 이동진이 아니다.
결국 경제적인 문화생활이라는 것은 명품위주로 소비하는 것이다. 책도 만화도 애니도 음악도 영화도 공연도 전시도 게임도 명작 중심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아 이 작품이 내년에도 회자될까. 10년 뒤에도 회자될까. 이미 명작의 반열에 들어있는가. 5년뒤 술자리에서 문화 생활을 논할 때 쇼생크 탈출, 스타크래프트처럼 누구와도 이야기 가능한 작품인가. 또는 누구나 알지 못하거나 호불호가 있어도 고전이라 일컬어질 화양연화인가 복수는 나의 것인가 홈월드인가. 그런 작품들 위주로 소비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너무나 많은 팝콘을 취식하고 있다. 시간을 죽이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아내에게 변변치도 않은 드라마들 좀 그만 보고 명작과 고전위주로 보자고! 스프리건 애니와 공각기동대 새 시즌이 나왔으니 이걸 봐야지!!
....라고 말할 뻔 했다.
집에서 쫓겨날 뻔 했네. 휴... 다행이다.
우병우 언제 나오냐. 한 주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