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이다. 돤씨는 9시가 넘어서야 눈을 떴다. 아내는 여전히 자고 있다. 그는 좀비처럼 일어나 (중략).. 오늘 아침은 된장찌개다.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는다. 된장이 있고 우거지가 있다. 이만하면 되았다. 근데 풋고추와 파가 보이질 않는다. 생각해보니 냉장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전혀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문득 아내에게 미안해져서 아내에게 묻는 내 목소리가 영 떨리는 것이었다. "여보야~ 고추파없어?" 아내는 이제 잠을 깼는지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
"깡통 캡 보다는 세라믹이 세라믹보다는 탕탈이 고주파에 강하지.."
그러더니 아내는 다시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