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딱 읽고 끝내려고 했는데 그럴 책이 아니다. 후닥닥 읽고 서평 남기고 다 아는거네 후후후후 하고 땡칠려고 했지만 택도 없다. 일단 20%정도 읽은 시점에서 추천만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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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서 처럼 보이지만, 학부나 대학원 교재로도 어울리는 것 같다. 내용으로 보면 대학원 한 학기 분량을 넘어선다. 어떤 한 꼭지를 심화하여 파고들진 않으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대학원에서 다룬다면 아마도 산업공학과가 될 것 같고, 뭐라도 하나를 깊게 팠다면 책이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 마케팅 경영관리, 프로덕트 라인, 프로덕트 매니징, 공업 설계, OR, HR, HCI, 소프트웨 공학.. 에 프린시펄 머머머 어쩌고 단 책들을 한 권에 압축한 것 같다.
저자들이 일본인들이라는 점을 모르고 봤더라도 아 일본책이네 하고 알아차릴 수 있다. 절차적이고 구체적이며 분류적이고 정의적이다.
즉, 일본인을 표현할 때 쓰는 "축소지향"적인 책이다. 세밀하고 섬세하게 분류하고 계통적으로 나열하여 빈 틈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쪽 수에 비해 양이 많다.
바람이 있다면 전지 크기 맵차트로 그림을 만들어서 나눠주거나 프레지 차트로(프레지 **꾼들을 싫어하지만) 주머블하게 구현해줬으면 좋겠다. X축은 프로덕트 수명주기이고, Y축은 이해관계자, 직무이름, R&R, X축 단계에서 사용가능한 툴, 팀빌딩 방법, 팀원 구성, 이해관계자와의 릴레이션, 리스크 관리, HCI 고안 툴링, FGI 등 구성 방법, 품질 및 공정 지표 관리 기법, 감사(오딧) 방법, 단위 업무 관리 기법.... 아몰랑 잘난척 하고 싶은데 뭐가 안 나와요 책 읽으면 해결됨.
책에서 말하는 PM은 우리가 소위 생각하는 갑질에 대응하며 대가리가 부여한 황당 미션을 어떻게든 처발처발 쳐내는 프로젝트 관리자가 아니다. 프로덕트 관리자다. 코드밥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10년전쯤 부터 중요하다고 떠들던 프로덕트 라인 개념에 얼라인하면 되겠다.
자꾸 암도 생명인데, 나도 피엠인데, 쟤가 부장이고 걔가 차장인데, 어른 노무 새끼가 갑이라고 지랄싸는데, 어차피 인생 현시창인데 이러고 오버랩 하면 안 읽히는 책이다. 내가 사장이고 내가 프로덕트 오너라고 생각해야 눈에 들어온다.
20%쯤 읽은 시점에서 이 책에서 빠진 유일한 꼭지라면 아마도 "운"이다. 이것을 경영학이나 이 책에서는 "외부 환경 요소 = 위험 또는 기회"로 표현하고는 하는데, 사실 그 보다 더 광의의 쌔뻑이다. 섬세한 분류지향의 일본인이 그런 모호한 쌔뻑을 문자로 기술하기는 어렵다. 쌔뻑을 다시 서브칼챠 계통학적으로 분류하여 외부 환경 요소의 이해로 책을 한 권 다시 쓰면 모를까. 예를 들어 글로벌 거품, VC들이 몰려온다. 눈먼돈이 이렇게 귀여울리가 없어. 이세계의 인플레이션 위기. 투자는 망했으니까 방어력에 올인해보려고 합니다. VC는 토끼입니까? ... 망한앱이 여관에서 부활한 이야기..
무좀엔 피엠이다. 피임 아니다. 아이구 시원해.. 아이구 시원해..